경험 일기/감상하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2023 요시다 유니 Alchemy : 그것은 창의력 구현의 체험이었다

Mr.Ree 2023. 10. 7. 12:27

석파정 서울미술관

요시다 유니 Alchemy  관람기

 

<그것은 창의력 구현의 체험이었다>

 

 

 

요시다 유니를 만나다

 

여느 날처럼 트위터를 하던 중 한 사진을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드라마 포스터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설명글에 있는 'CG 편집 효과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보고 필자는 포스터를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포스터 안에 담긴 충격적인 아이디어와 섬세함을 발견하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라마 '엘피스' 포스터 [출처: 왓챠피디아]

 

인물들의 번짐 효과가 실제로 색을 맞춘 파일철과 책 등을 쌓아 만든 것이었습니다. 아이디어의 신선함에 즐거웠고 그런 아이디어의 깔끔한 실행력에 짜릿했습니다. 너무 멋진 작가의 발견에 저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포스터를 만든 바로 그 작가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요시다 유니의 Alchemy 전이었습니다. 이 황금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바로 친구들을 불러 서울로 달려갑니다.

 

 

 

 

전시 정보

YOSHIDA YUNI ; Alchemy
2023년 기획전 《YOSHIDA YUNI ; Alchemy》는 전 세계를 무대로 패션브랜드, 잡지, 광고, 아티스트의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요시다 유니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황금을 만들려 시도했던 고대의 연금술사들처럼 작가는 빛과 어둠, 유형과 무형 사이의 상호 작용을 세밀하게 조작하여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변환’시키고 원물의 형태를 재조합하여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변형’합니다. 이번 전시에 최초로 공개되는 (2023) 연작을 포함해 230여 점에 이르는 요시다 유니만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예술의 장에서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과 헤아릴 수 없는 즐거움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PART 1 - FREEZE DANCE
요시다 유니는 ‘자연물에 똑같은 형태나 색상이 존재하지 않고 각각의 형상과 색감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기인하여 그 간극을 세밀하게 조작한 작업을 선보인다. 생명력을 지닌 꽃과 과일의 시간적 유한성을 뛰어넘어 영원의 순간으로 담아낸 자연물 시리즈는 아날로그 수작업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PART 2 - HIDDEN PICTURES
수백 장의 러프 스케치와 직접 구한 소품으로 완성된 독창적인 요시다 유니의 작업은 주요 브랜드 광고주들의 러브콜과 함께 그를 세계적 아트디렉터 반열에 오르게 했다. 2부에서는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요시다 유니 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PART 3 - PLAYING CARDS
최초로 공개되는 요시다 유니의 2023년 신작 <Playing Cards>는 유년기부터 이어온 그의 꿈과 욕망, 즐거움을 담고 있다. 15여 년을 천착해온 작가만의 섬세한 아날로그 기술력으로 인물과 사물, 빛과 시간에 이르는 일상의 모든 소재를 녹여낸 <Playing Cards>는 이미지 연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전시 감상

 

전시관을 돌면서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감탄이 맴돌았습니다.

 

천재 아니야?

 

드라마 포스터를 보고 이미 한 번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신선한 충격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작품 그리고 또 다음 작품을 보면서 매번 색다른 매력에 심장이 쿵쿵 뛰었습니다. 그의 상상력은 너무나 뛰어나 그 창의성에 뇌가 쫄깃쫄깃해지는 기분이었죠.

 

그의 작품은 너무 그럴 듯하게 설득하는 나머지 '이런 아이디어 나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릴 정도였습니다. 아이디어를 넘어서 아이디어를 내는 것 자체를 설득해 버리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아이디어의 현실 재현율이 높았습니다. 연출과 결과물의 깔끔함은 쾌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작품을 전부 기록하고 싶었지만 몇몇 인상 깊게 본 작품들만 골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저와 같이 신선한 충격에서 오는즐거움을 느꼈으면 합니다.

 

실제 이런 디자인으로 옷핀을 만들어 팔면 사겠노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트럼프 카드는 굿즈로도 판매하여 바로 구매하였다.
그 자리에 없는 것을 보이게 하는 연출이 자극적이다. 나무는 코빼기도 안 보이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누가 봐도 크리스마스 트리다.
사과를 직접 깎아서 사진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초현실주의 그림들에서 느껴졌던 것들이 느껴져서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의 전시를 정리하자면 "창의력 구현의 체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아이디어 노트나 과정들까지 전부 전시해 그의 아이디어 속에 푹 빠져들어 온전히 그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선사하는 감정들까지 감상하면 본 전시를 이백프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체험이었습니다.